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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선교현장 > 비거주, 순회 등록일 2011-11-28
작성자 관리자 (admin)
영국 리즈(Leeds)에서 ... 안식년 中
“영국 리즈(Leeds)에서”
안식년 中, 2011 - 11

두 분의 목사님

<토요일 제자도 과정 중>
데이빗 목사님과 일대일로 긴 시간을 처음 가졌습니다. 언제부터 차 한 잔 하자고 하셨는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미루던 차에 제가 먼저 시간을 내 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사실은 교회와 목사님에 대해 알고 싶은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이 잉글리쉬 티보다는 설탕을 네 스푼이나 넣은 달달한 까페라떼를 좋아하셔서 영국 와서 처음으로 별다방(?)을 갔네요.
블렌하임교회에 오시게 된 경유, 개인적인 목회철학, 교회의 참된 역할, 앞으로의 계획... 평소 목사님에 대해 궁금하던 것을 마음껏 여쭈었습니다. 하나님 나라(The Kingdom of God)의 본질 회복과 확장을 자신의 소명으로 알고 교회를 섬긴다고 하시더군요. 한 시간 남짓, 대화는 계속 되었고 내용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저의 질문이 얼추 끝나고... 목사님이 저에게 한국과 태국에서 도대체 어떤 일을 했기에 여기까지 와서 공적신학을 공부하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동안 묻지 않아 구태여 말씀드리지 않았었는데, 저의 정체를 그제서야 밝히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일 후, 블렌하임교회를 두 번이나 담임하셨던 테스커 목사님도 단 둘이서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매주 저희 안부와 학업을 물어보시는 사랑 많은 분이시죠. 은퇴하시고 여든이 넘은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오시면 누구보다도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시고 필요에 따라 기도도 해 주십니다.

한편 요즘 교회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성도를 대상으로 제자도 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종류를 불문하고 이런 모임 자체가 갈급하던 차에 바로 신청을 했었습니다. 익히 안다고 생각한 내용인데도 매주 얼마나 신선하고 많은 은혜를 그 시간에 받는지 모릅니다.
특히 몇 주 전 주기도문 강의를 통해서 나의 기도가 다른 것은 다 제치고 오직 나의 ‘일용할 양식’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의 영광과 나라는 구하지도 않았고, 내 죄의 심각성도 몰랐고,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오직 나의 필요만을 위해 그날 그날 양식을 구했던 나 자신을 새삼 다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회개... 했습니다.

또 다른 숙제

학기가 깊어질수록 과제 또한 많아집니다. 매주 제출하고 발표해야 할 과제뿐만 아니라 인생의, 목회의, 선교의 숙제가 자꾸 쌓여지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세 번째 맡게 된 세미나에서 ‘소외’를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셨으나 특히 가난하고 병든 자, 과부와 어린이에게 관심이 많으셨잖아요. 그러나 막상 저는 앞만 보고 달릴 것을 요구하는 이 세상에서 참 닳고 닳은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옆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말든.

열두 번째 항암치료를 마치고도 또 받아야 하는 친구, 위급하게 나왔다가 다시 그 땅을 들어가기 위해 기약 없이 준비를 하는 동생, 뜻하지 않게 선교지와 단체를 떠나게 된 동료이자 선배, 날 때부터 병이 생긴 아들을 데리고 소문이 무서워 미국으로 피해 간 친구, 개척한지 사오년이 되어도 전혀 늘지 않는 성도로 고민하는 친구, 이혼하고 한국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워 이민을 결심한 친구... 모두 제 친구 목사님들입니다.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면 이 얼마나 옹졸하고 속 좁은 생각입니까? 그런데 저는 그러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와 아내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을 완전히 안할 수가 없습니다.

안식년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머릿속이 자꾸 복잡해집니다. 리즈대학 신학과 건물 ‘Hopewell House', 참 고풍스럽죠? 저는 여기 들어갈 때마다 심호흡을 하게 됩니다.



늦가을에 아프다

리즈의 가을은 참 한결 같습니다. 하루 종일 스산하고 흐린 것이... 영국에서 날씨를 뜻하는 말 가운데 ‘sunny interval'이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햇빛이 살짝 비추고 숨어버리는데도 영국 사람들은 그 사이에 옷을 벗습니다. 대단한 피부조직을 가졌습니다. 태국에서 6년 살다가 온 저희는 가을을 가을로 느끼지 못하고 완전 겨울 만났습니다. 초기 적응에 실패한 아내는 일주일을 엄청 심한 감기로 고생을 좀 했구요.
시내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등 연말 분위기네요. 여러분 한 달 남았습니다. 지나간 것에 대해 아쉬워 하기보다는 내년에 대해 기도하고 준비하는 12월이 되길 빕니다.

2011년 11월 24일 이준호, 조선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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