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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선교소식 > 의료/건강 등록일 20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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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요구하더라도 생명에 치명적인 약은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Christian Hippocratism
나는 아폴로(Apollo)의 신(醫神), 아스클레피우스(Asclepius)신, 하이지에이아(Hygieia)신, 다나세이아(Danaceia)신, 그리고 그 외의 남녀 신들을 증인으로 하여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이 선서와 계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맹세한다.

나는 누가 요구하더라도 생명에 치명적인 약은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약이 효과가 있다고 암시하지도 않겠다. 나는 유산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순수하고 성스럽게 나의 인생과 의술을 지킬 것이다. 나는 결석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조차도 칼을 사용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외과의사, 당시에는 이발사)에게 양보할 것이다. 내가 어떤 집을 방문하든 간에 의도적으로 불공평하게 치료하거나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 이성과 불륜한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자유인이건 노예이건 구분하지 않고 모든 환자들을 위해 왕진을 갈 것이다. 치료하는 도중에 혹은 치료와는 관계없이 환자의 생활에 대해 내가 보고 들을지도 모르는 일 중에 남에게 알려서는 안 되는 일들을 남에게 전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히포크라테스선서중에서>

만일 내가 이 선서를 잘 지키고 그것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나는 행복한 삶과 의술을 누릴 수 있을 것 이며, 후세에 모든 사람들로부터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내가 그것을 범하고 거짓으로 맹세한다면, 나의 운명은 이와 반대가 될 것임을 안다.
[의사는 의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시행하는 데 신중하여 야 하며, 산모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1)

2001년 11월에 발표된 ‘의사윤리지침’중 제54조(태아관련윤리) 2항의 내용이다. 의사가 판단하여 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면 낙태시술을 하는 것은 비윤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신중하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낙태 시술은 허용되며 이를 행하는 의사들은 면죄부를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낙태, 대리모를 허용하는 ‘의사윤리지침’이 발표되어 사회적 논란이 된 이때에 생명을 수태된 순간부터 여기고 낙태를 하지 않고 또 환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독약을 처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히포크라테스 서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을 지키는 자의 위치에 있어야 할 의사들이 스스로 나서서 실정법을 위배하는 윤리 지침을 제정하여 자기 자신을 생명을 해치는 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생명에 대해 보수적이고 엄격해야 할 의사들이 사회 일반의 정서보다도 앞서 나가고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살던 기원전 4세기 그리스에서 낙태는 흔히 이루어지는 일이었으며, 의사가 자살을 원하는 사람에게 독약을 처방하는 것은 비난 받을 행위는 아니었다고 한다. 낙태시술을 하지 않고, 자살을 원하는 사람에게 독약 효과를 암시하지도 않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서약은 그 당시 기준으로 볼 때 일반 사회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소수의 목소리였다.

인간유전 체지도가 완성되어 포스트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를 논하는 시대에 현대 의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보잘것없는 의학수준을 가졌던 기원전 3-4세기 히포크라테스 서약을 떠올리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 당시 의학 수준이 어떠하든 서약의 윤리적 탁월성은 20세기를 지나는 동안 의사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21세기 현재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다.

Christian Hippocratism

히포크라테스 서약은 희랍의 이방신들 앞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Hippo cratism 앞에 ‘Christian’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윤리적 탁월성은 Christian Hippocratism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그리스도인 의사들이 신조로 따를 만한 것이기 때문에 서구 기독교 문화에 융화되었고 결국은 의사들의 종교와 관계없이 의사의 보편적인 윤리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의과 대학에는 히포크라테스 서약 전문이 동판에 새겨져 로비를 장식하고 있다(2).

히포크라테스의 윤리규정은 의료에 대한 또는 의사의 본질적 의무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공통된 태도의 표현이라기보다, 오히려 소수의 고립된 그룹의 특별한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3). 시대를 거스르는 개혁적 소수였던 그들의 견해는 서구 기독교 사회에 흡수되어 오래 동안 의사들에 모범으로 제시되었다. 고립된 소수의 서약이 현대 의학 교육에 필수로, 의사 윤리강령으로 변하게된 까닭은 서약을 수용한 기독교 확산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서약의 도덕적 탁월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 서약은 의사와 환자, 의사의 스승과의 관계, 의사와 신과의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서약의 핵심은 생명의 신성함과 소명으로서의 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의업은 소명이며, 성직의 하나이다.

생명은 수정 순간부터 존중해야 하는 신성하고 존엄한 것이며, 의업은 일생을 걸고 특수한 도덕적 목표에 헌신하는 소명이며 성직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 의학의 발전과 사람들의 생명과 질병,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의식의 변화는 의사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다. 낙태시술은 마치 몸의 혹을 떼어내는 일상적인 의료 행위로 간주되고 있으며, 윤리를 의식하지 않는 생명공학의 발전과 이와 결합된 상업주의는 수정 후 14일이 내 인간 배아는 인간생명이 아니라 마음대로 실험 가능한 실험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의사조력자살(Physician Assisted Suicide) 이라는 단어가 일반 시민들에게 일상 자가 아니라 환자의 요구에 따라 무엇이든지 해야 하는 기술자로, 용어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의사는 더 이상 생명의 신성함을 지키는 질병과 고통 해결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제공해야하는 의료공급자 되어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넘쳐나는 의료인력, 의료보험 기관의 극심한 통제는 의사들을 실망시키고 지치게 만들고 있으며, 의사들은 자신의 직업을 고귀한 소명, 천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3D 업종 등으로 불러 가며 자조하고 있다. 의업을 더 이상 하나님 앞에 평생을 걸고 서약하는 성직의 하나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히포크라테스 주의’의 재건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윤리 논의에 있어서 기독교(종교)의 영향을 배제하는 시대에 ‘기독교적 히포크라테스 주의’의 재건을 부르짖는 일은 부질없는 선동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의 신성함과 또 소명으로서 의업을 되살리는 일은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제 다시 히포크라테스 서약의 내용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의사는 생명을 지키는 자이어야 하며 생명을 해치는 자의 위치에 서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 의사에게 의업은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어야 한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히포크라테스 서약이 인류역사의 전환점들 중 하나라고 하였다. 원시세계에서는 의사와 마법사가 같은 인물이 되는 경향이 있어서 죽이는 힘을 가진 사람은 치료하는 힘 을 가졌는데 히포크라테스 서약으로 인해 처음으로 죽이는 것과 치료하는 것 사이에 완전한 분리가 생겼다고 하였다. 이를 분리시킨 일은 인류역사에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히포크라테스는 이에 공헌을 했지만 현대사회는 의사를 죽이는 자로 만들려 하고 있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소수의 고립된 히포크라테스 주의자들은 20세기를 지나며 의료사회를, 또 세상을 변화시켰다.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의사들은 비록 소수가 되고 설사 고립되는 한이 있더라도 세상을 변화시킨 히포크라테스 주의자들을 모범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온갖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생명과 죽음에 대한 가치가 변하는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필요한 태도는 본질과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다.

생명은 신의 권한에 속한 것으로 수태된 때부터 존중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이며, 삶을 끝마치는 순간을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여 죽음을 앞당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스도인 의사들은 이미 의사가 될 때 하나님 앞에 서약한 자들로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소명으로서의 의업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박재현 | 경희의대 88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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