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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한국일반 > 한국은 지금 등록일 2009-09-25
작성자 관리자 (admin)
대한민국 갈등지수
OECD국가중 4번째


지금 우리는 갈등과 대립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갈등은 노사갈등을 비롯해 지역갈등, 이념갈등 등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갈등이 언제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갈등이 효과적으로 관리만 된다면 국가발전의 에너지로 사용될 수도 있다. 갈등은 사회가 그 동안 간과해 왔던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정치와 사회가 불안해져 생산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쉽다. 또한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이 집단행동에 막혀 실패하거나, 강한 이익집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왜곡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 사회갈등이 심한 탓에 얼마나 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을까?

사회갈등의 경제적 비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 나라의 갈등수준을 국제적 비교가 가능한 수치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갈등수준과 국민소득의 관계를 분석할 모형을 세울 수 있다. 한 국가의 전반적인 갈등수준을 파악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파업, 시위, 폭동, 내전 등 실제 발생한 물리적 갈등사건들을 일일이 집계하는 것이다. 이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정확한 갈등수준을 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각국에서 발생한 모든 갈등사건들을 참여자 수, 동원된 물리적 폭력의 강도 등을 고려하여 집계한 신뢰도가 높은 자료를 구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두 번째 방법은 사회갈등수준을 기존의 이론적 연구로부터 도출한 몇 가지 요인들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대니 로드릭(Dani Rodrik) 교수는 경제위기 발생 시 소득불평등, 인종다양성 등 한 사회에 잠재된 갈등이 성장률 감소를 가속화 하지만 갈등관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면 잠재적 갈등의 부정적 효과는 억제될 수 있다고 보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로드릭 교수의 이론에 근거해 사회갈등수준을 소득불평등이라는 구조적 갈등요인과 갈등관리시스템의 함수로 파악했다. 구조적 갈등요인이 심할수록 집단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갈등관리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경우 사회갈등수준은 완화될 수 있다는 논리에 착안했다.

여기서 갈등관리시스템이란 민주주의와 정부의 갈등조정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해 공공정책을 산출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와 규범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선거, 국회, 정당, 미디어 등 민주적 제도가 완비돼 있을 뿐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정치인, 언론인, 국민들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 규범을 내면화하고 있어야 한다. 종교적, 인종적 다양성이 심한 스위스는 소수파의 정부참여를 보장하는 ‘합의민주주의’를 통해 사회통합을 유지해 왔다. 또한 정부가 능숙한 갈등조정자로서 정책운용 시 공정성과 일관성 등을 발휘하면 민주주의 성숙도가 미흡해도 사회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스위스처럼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비록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정부가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등 중립적인 정책운용을 통해 다수 중국계와 소수 말레이계 간의 잠재적 갈등을 조정할 수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개발한 사회갈등지수로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OECD 평균을 상회하여 27개 OECD 회원국 중에서 4번째로 높았다.

참고로, 2007년 현재 한국의 소득불균형은 OECD 평균 수준이지만, 민주주의 성숙도는 27위, 정부의 갈등조정능력을 재는 ‘정부의 효과성’은 23위로 매우 낮았다. 그리고 사회갈등지수가 1인당 GDP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OECD 27개국을 대상으로 통계분석을 한 결과, 사회갈등지수가 10% 하락할 때 1인당 GDP가 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갈등지수가 OECD 평균 수준으로 완화될 경우 1인당 GDP는 27% 증가한다는 뜻으로, 여기서 제시한 1인당 GDP의 27%가 바로 한국이 OECD 평균보다 높은 사회갈등으로 인해 부담하고 있는 경제적 비용인 것이다. 사회갈등으로 인한 파국적 결과를 막으려면 당사자들이 갈등의 사회적 비용이 막대함을 지각함으로써 효과적인 갈등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출처 : 박준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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