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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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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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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규 (csk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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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사, 경찰, 변호사 그리고 경찰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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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남자의 이야기, 그 첫번째 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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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영사의 업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꽤 있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고, 영사 또한 재외국민 보호라는 책무를 지니고 있는 까닭에 서로가 일맥 상통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 업무를 들여다 보면 상당부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찰의 입장에서는 범법자를 수사대상 또는 체포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지만, 영사의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법을 어겨 수감된 자 역시 ‘보호받아야 할 재외국민’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때로는 경찰로서 때로는 영사로서 그때 그때 상충되는 듯한 직무를 동시에 수행하다 보면, 스스로도 혼돈스러울 때가 있다.
얼마전 캄보디아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되어 수감되어 있는 우리 국민을 면회할 때의 일이다. 캄보디아 경찰의 입회하에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았을 때, 그 사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사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차 쏘아 붙이기 시작했다.
“누구십니까?, 대사관에서 여기 뭐하러 왔습니까?, 내가 구속된지 며칠이 지나도록 뭐 하다가 이제야 나타나는 겁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구속되어 있으면, 대사관 영사가 곧장 찾아 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 국민이 구속되었다 하더라도, 캄보디아 경찰이 자동적으로 한국 대사관에 통보해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영사 면회는 구금된 우리 국민이 영사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신청했을 경우에 실시하게 되는 것이지, 모든 구금된 우리 국민을 영사가 일일이 찾아 다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영사의 업무를 변호사의 업무와 혼동하곤 한다. 영사는 재외국민보호를 하는 사람이니까 국가가 나 대신 내 편에 서서 나를 변호해 줄 것으로 여긴다.
물론, 영사가 알고 있는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여 조언을 하는 것은 무방할런지 모르겠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영사가 법률 자문을 하는 것조차도 적절하지 않다고 외교부 지침으로 정해 두었다.
사적인 분쟁의 중재나 소송에 대한 공관의 개입은 할 수 없으며, 형사사건의 경우에도 우리 국민이 현지인이나 여타 외국인에 비해 현저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때에만 개입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되어져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의외로 캄보디아인에 비해 외국인인 우리 국민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 캄보디아인과 소송이라도 할라치면, 왠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할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모든 송사에 영사가 개입하여 한국인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공정한 재판을 해 달라고 요청해야 할까?
도움을 요청하는 민원인에게 “외교관이 그 나라의 사법권에 간섭하는 것은 중대한 내정간섭으로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라고 설명을 할라치면, 민원인의 얼굴 표정은 금새 일그러진다.
그 표정은 마치 “귀챦다 이거지?, 국민이 억울한 일을 하소연하러 왔는데, 고작 한다는 말이 결국 못해 주겠다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음 같아서는 차라리 모든 송사에 직접 끼어들어 변호사 역할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외교관이 무작정 변호사처럼 행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변호사가 아닌 영사, 특히 경찰 영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이곳 캄보디아에 파견된 최초의 경찰 영사로서, 자신의 업무 영역과 업무 성격을 정립해 나가는 것은 영사 혼자 뿐 아니라 대사관, 한인 동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지침이나 원칙만을 고수한다면, 경찰 영사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한인 동포들의 민원을 일일이 다 듣고 있을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사건사고, 민원에 있어 영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히 지침과 원칙만을 설명해 주고, 알아서 혼자 잘 처리하시길 바라겠노라 라고 적당히 대답해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리 한다면 동포 사회와 대사관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변호사처럼 모든 의뢰된 사건들에 맹목적적으로 의뢰인의 이익만을 위해 뛰어야 할까? 그렇게 한다면, 한인들로부터는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머지 않아 캄보디아 정부측과 마찰을 일으킨 죄(?)로 한국으로 소환당하게 될 것이다.
문득, 어느 선배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난다. “경찰 영사는 경찰과 변호사의 중간쯤이야, 때로는 한인들 편에서 변호사 역할도 해 주어야 하고, 때로는 형사과 김순경처럼 발로 뛰어야 하는 거야”
중요한 것은 변호사처럼 행동할 때도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듯이 경찰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에도 재외국민보호라는 영사의 직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여전히 혼돈스럽기는 마찬가지인지 몰라도...
캄보디아대사관 박** 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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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아 영사는 경찰대를 나와 2006년에 캄보디아의 최초 경찰영사로 부임하였다. 그는 현재 프놈펜에 부인과 2남 1녀의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으며 2009년에 본국 근무관계로 돌아갈 예정이다.
- 캄보디아에 조 성규(kcmcsk@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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