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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해외일반 > 등록일 2007-11-12
작성자 관리자 (admin)
이슬람 여성들의 히잡

우리 학교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특히 여학생들은 그들의 이슬람식 관례대로 하나같이 머리에 히잡을 두르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에서 외국에 나와서까지 전통을 고수해야 하는 데서 오는 압박감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슬람 문화와는 거리가 먼 낯선 땅에서 히잡은 그녀들이 이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해주고 문화적 자부심을 나타내는 표상이다. 그녀들은 축제에서 당당하게 히잡을 두르고 전통음식을 판매한다. 한편으로 그녀들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패션으로 머리에 두건 두르듯,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색색깔의 히잡을 골라서 선택한다. 유심히 보면 분홍색, 하늘색, 연보라색 등 그녀들의 히잡이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유학생들에게 히잡은 여성과 외부세계를 격리시키기 위한 낡은 인습의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악세사리의 일종으르도 보인다.

최근이 아니라 이미 몇 년 동안 프랑스에서는 아랍계 여성들의 히잡 착용 금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문화, 다민족 국가를 표방하는 프랑스에서 히잡에 대해서만 유독 관용적 시선을 베풀지 못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부는 관공서는 종교의 중립성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탈종교적"이어야함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십자가 목걸이는 악세사리로 인정한 데 비해, 히잡에 대해서는 동일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것은 '이슬람'이라는 문화 자체에 대한 선입견 위에서 판단한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이들은 히잡이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호메이니나 탈레반 정권 하의 부르카를 보면 가히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것은 이슬람 세계의 일부 모습이지, 히잡 자체가 여성들의 인권을 제한한다고 일반화하는 근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아랍 여성들의 정체성은 '여성' 혹은 '아랍'으로 단일하지 않다. 그녀들은 여성으로서 인권을 보장받고 멋과 개성을 뽐내며 살고싶어하면서도, (여느 서구인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하는 욕구를 동시에 갖고 있다. 히잡의 기원이 여성들을 외부세계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현재 무슬람의 표식이면서도 악세사리가 된 히잡은 단순한 전통이 아니다. 이는 '민족적/종교적 정체성'과 '개성적 삶'을 동시에 추구하는 무슬림 여성들의 지혜가 만들어 낸 타협이자, 또한 그녀들 세계 안에서 피터지게 벌여냈을 전통에 대한 투쟁의 산물인 것이다.

보편은 특수에 대립되어서 보편이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시공간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기에 '보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슬람 세계의 불합리한 율법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받는 것도 사실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히잡이 그러한 도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슬람 세계의 여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화적, 중교적 정체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혹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인종적 차별을 제1세계로부터 받고 있으며), 여성으로서의 삶도, 무슬림으로서의 삶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수냐'냐 '보편'이냐는 물음은 이러한 다양한 욕망의 결들을 2분법의 질문아래 단순화시키고 지워나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슬림 여성들이 자신들의 욕망에 따라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구성하고자 하는지의 문제일 것이다. 보편은 누구나 이렇게 주체적으로 억압에 맞서 자신의 삶을 기획한다는 데서 출발하며, 특수는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처지에서 어떤 방향을 모색하는지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과연 히잡을 인권의 보편성과 이슬람 문화의 특수성으로 대립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서양의 결혼반지도 본래 여성을 속박하기 위한 상징이었으며, 중국의 귀고리도 딸랑거리는 소리를 통해 전근대 사회에서 여성들의 행동을 제약하고자 달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들의 욕망과 투쟁 끝에 반지와 귀고리는 이러한 의미들을 조금씩 잃어가게 되었다. 이슬람권의 히잡도 이와 같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 1월 4일 이스크라님과의 대화 중에서 나왔음을 밝힙니다. -

출처 : 꺽이지 않는 팬 / by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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