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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문화 > 추천하는 책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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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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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adm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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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니아의 연대기 C. S. 루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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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주니어/1080쪽/32,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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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용감한 왕들이시여,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왕들이시여. 저는 사막 너머 서쪽에서 온 에메스입니다. 최근 나니아에 왔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타슈 신을 섬겨 왔고, 저의 가장 커다란 희망은 그분을 더 많이 알고 사정만 허락한다면 그분을 직접 뵙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타슈 신과 아슬란이 같은 분이라는 원숭이의 말을 듣고는 눈앞이 캄캄해 졌습니다. 제게 아슬란이라는 이름은 혐오 그 자체였지요.
밤마다 저희들은 마구간 밖에 소집되었습니다. 원숭이는 타슐란 님을 볼 용기가 있는 자는 누구든지 한 명씩 마구간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타슐란'은 아슬란과 타슈 신을 하나라고 속이기 위해 두 말을 합성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은 음모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타르칸이 원숭이에게 하는 말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타르칸은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 자신도 믿지 않았습니다. 저는 타르칸이 타슈 신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일 믿었다면, 감히 어떻게 그런 식으로 타슈 신을 매도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저들은 타슈 신을 알지도 믿지도 않으면서 그 이름만을 불렀던 것입니다.
고양이가 마구간 안으로 들어갔다가 완전히 공포에 질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나왔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진짜 타슈 신께서는 지금 우리 곁에 와 계시고, 곧 직접 복수하실 거라고 말이지요. 저는 타슈 신의 위대함과 그분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장이 녹아 버리더라도, 타슈 신께서 저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타슈 신을 뵙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제 소망이 두려움보다 더 강했던 까닭이지요. 그래서 저는 떨리는 무릎과 이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마구간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자청했습니다.
마구간 안으로 들어선 순간, 나는 찬란한 햇빛 때문에 너무나 깜짝 놀랐습니다. 밖에서는 마구간 안이 깜깜하게 보였거든요. 주위를 둘러보니 푸른 하늘과 드넓은 땅이 보였고,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께 맹세컨대 이곳은 행복의 땅이다. 어쩌면 타슈 신의 나라에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에 이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며 그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넓은 들판을 지나 갖가지 향기로운 나무들 사이에 섰을 때, 오! 두 바위 사이에 난 좁은 공간에서 거대한 사자와 마주쳤습니다. 사자가 걷는 속도는 타조와 같았고, 몸집은 코끼리만했으며, 털은 황금빛이었고, 눈동자는 용광로에서 녹아 내리는 순금처럼 맑고 밝게 빛났습니다. 사자는 불을 내뿜는 라고르 신보다 더 무시무시했습니다. 그리고 활짝 핀 장미가 사막의 먼지에 비할 수 없듯이, 이 세계의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뛰어나게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사자의 발치에 엎드려 '이제 나는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자는 내가 자기 아닌 타슈 신만을 평생토록 섬겨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사자를 보지 못한 채 천하의 황제로 사느니, 사자를 보고 당장 죽는 편이 나을 성싶었습니다. 그 순간, 그 영광스런 분께서는 황금빛 머리를 숙여 제 이마를 혀로 핥고 나서, '아들아, 환영한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슬프게도 저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타슈 신의 종이옵니다.' 하고 말씀드렸으나, 그분께서는 제게 '아들아, 네가 타슈 신에게 다했던 정성은 나에게 한 것과 다름없느니라.'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궁금증을 못 이겨 두려움도 잊은 채 그 영광스런 분께 여쭈었습니다. '아슬란님이시여, 그럼 타슈 신과 당신이 같은 분이라는 원숭이의 말이 사실입니까?’ 그러자 그분은 땅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며 그것은 거짓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타슈와 나는 하나가 아니라 적이다. 타슈와 나는 아주 다른 존재이며, 사악한 정성이 타슈를 섬기는 방법이듯, 선한 정성은 나를 섬기는 방법이다. 그런 까닭에 타슈에게 다한 네 정성이 사실은 나에 대한 정성이 된다는 말이지. 진정으로 한 선한 맹세 또한 나한테 하는 것이 되느니라. 그 맹세를 심고 보답하는 이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가 악한 짓을 저지른다면, 설사 그 사람이 아슬란을 믿는 자라 할지라도 그 순간 그 사람은 타슈를 섬기는 것이 되며, 그 행위를 인정해 주는 이는 바로 타슈이다. 아들아,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저는 대답했습니다. '사자시여, 그렇지만 저는 평생토록 타슈 신만을 바라고 찾았습니다.' 저는 진실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자 그 영광스런 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망이 나를 거스르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그토록 진실 되게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다 찾게 마련이란다.'
그분은 저에게 숨을 불어넣어 제 사지가 떨리는 것을 멈추게 하시고 제가 똑바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런 뒤 그분께서는 또 다시 만나게 될 거라며 저에게 더 높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가라는 말씀만을 남기고는 갑자기 몸을 빙그르르 돌려 황금빛 돌풍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셨습니다.
오 왕들과 여왕들이시여, 그 이후 저는 쭉 그분을 찾아 헤매고 다녔습니다. 너무 행복한 나머지, 상처 입은 사람처럼 마음이 여려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일은 그분께서 저를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개나 다름없는 저를......."
- 『나니아 연대기』 중에서
출처 : 큰나무교회 이필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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